‘내 탓’ 논리의 모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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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 논리의 모순성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6.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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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우리는 어떤 일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원인을 규명해보곤 한다.

그럴 때 “노력을 하거나 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자기 자신의 의지력에 달려있으며, 성취의 성과는 자기 의지의 실천여부와 결심을 실행한 정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는 논리에 대체로 동의하고 만다.

이처럼 ‘내 탓’이라는 견해를 전제로 실행력과 성취력을 논하고, 성공과 실패를 설명하는 것은 별 무리 없이 잘 적용되는 이론처럼 보인다.

그러니 작심삼일 하는 것도 ‘내 탓’이고, 실행력이 빈약한 것도 ‘내 탓’이고, 원하는 결실을 성취하지 못한 것도 ‘내 탓’이어야 한다.

따라서 작심삼일의 원인을 ‘내 탓’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제력, 의지력, 의욕이 부족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간주하게 하고, 실행력의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게 함으로써 작심삼일 현상을 죄책감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작심삼일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무능한 사람으로 인정하게 하고, 결국은 자신을 스스로 한심스런 사람으로 여기게 한다.

그러니 모든 실패는 곧 자신의 성격 탓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그 결과 작심삼일의 다른 이유나 원인을 사실적으로 규명하려는 의지는 완전히 배척되고, 무엇을 개선하여 사실에 부합되는 지혜의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인지를 숙고할 여지마저 스스로 박탈해 버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실상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도 않고, 현실을 바로 보지도 못하는 맹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왜 실패했는지를 올바로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작심삼일 하는 실상을 잘 살펴보면 누구는 왜 매사에 실행력을 잘 발휘하는데 어떤 사람은 왜 아무것도 못하는지를 단지 그 사람의 성격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목표는 항상 그대로 현실이 되어야 한다는 불확실한 가정을 근거로 형성된 막연한 믿음만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물론 성격에 따라 작심한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굳게 결심한 일일지라도 경우에 따라 지속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멈추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실행력의 성취여부는 자기 의지력의 여파라기보다는 현실적 상황의 파장이 미치는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행하려는 노력의 정도는 자기 성격보다 환경의 조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좋은 목표가 곧 현실적 결실을 맺도록 작용하는 실행력은 단순히 성격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실행력의 여부나 크기를 얼핏 보면 실행의지는 각자의 성격에 의존한다는 ‘내 탓’ 이론이 옳고 맞는 것 같지만 어떤 일은 잘하면서 다른 일은 하지 않는 현상은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니 자기 결심의 실행의지를 자신의 성격으로 규정하여 ‘내 탓’으로 작심삼일의 문제를 바라보기보다는 직면하는 환경의 영향에 따라 실행력이 좌우되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환경적 조건으로 작심삼일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를테면 모든 운동선수들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훈련시간이나 경기시간에 맞춰 정시에 경기장에 오고, 코치나 트레이너들이 시키는 대로 모든 훈련을 의욕적으로 소화해낸다. 그런데 운동선수들은 집안일이나 가족들에게는 소홀히 하기 일쑤다.

이처럼 우리는 자기가 맡은 책무영역의 일은 완벽하게 해내지만 자기 의지력을 필요로 하는 일까지도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행력의 책임을 개인의 의지로 규정하려는 ‘내 탓’ 논리만으로는 작심삼일의 문제를 확연히 아우르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목표를 세우고 작심삼일 하는 이유가 성격문제라는 증거로 내세우는 것을 보면 “의지가 있으면 당연히 끝까지 노력했을 텐데 의지가 빈약해서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는 식인데 의지, 의욕, 자제력, 강인한 성격이 영향을 주기는 했어도 결심을 실행하는 모습이 들쑥날쑥 하는 현상까지 설명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이를테면 ‘내 탓’ 논리에 의하면 의사가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담배를 끊으려고 수시로 다짐은 하지만 온전히 실행해내지 못하거나, 마감시간에 쫓겨 공과금을 납부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버려야 한다면서도 납부시한에 허둥대는 것은 실행 의지가 부족한 성격 탓이어야 할까? 작심삼일은 온전히 자신의 탓만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이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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