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어쩌나”…임금체불 근로자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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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어쩌나”…임금체불 근로자들 한숨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2.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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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근로자 29만여명·1.3조 임금 체불
체불 사업주, 대부분 벌금형 솜방망이 처벌
“임금채권보장기금 등 지원방안 마련해야”
[사회=광주타임즈]“코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에 아이들 대학 등록금까지 돈 쓸 일도 많은데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들 볼 면목이 없네요.”

지난해 6월부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던 최모(56)씨는 공사가 끝난 지 석 달이나 지났지만,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마지막 공사대금이 나올 때 한꺼번에 밀린 임금을 지급해주겠다고 약속한 하청업체 사장이 돌연 회사 문을 닫고 잠적한 탓이다.

앞서 원청 건설사는 최씨가 속한 하청업체가 문을 닫기 전 1억원이 넘는 공사 대금을 송금했지만, 폐업으로 그 피해를 최씨와 함께 일했던 근로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답답한 마음에 최씨는 함께 일한 다른 근로자 5명과 함께 원청 건설사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지만, 원청업체로부터 ‘공사가 끝난 날 이미 공사비 전액을 다 지급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최씨는 “처음 한 달 정도는 사장과 연락도 되고, 임금도 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이제는 연락조차 안된다”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힘든 사람들한테 대한민국은 더 야속한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와 함께 일했던 강모(48)씨는 “신고를 해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민사재판을 해야 된다거나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는다”며 “돈을 돌려받기는커녕 마음고생만 했고 지금은 포기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금을 제때 못 받은 근로자에게 다가오는 설 명절이 달갑지만은 않다. 땀 흘려 일한 만큼의 노동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밀린 임금 때문에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위급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또 체불 임금 근로자 대부분이 생계가 어려운 탓에 임금을 받는 것에 몰두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특히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에 신고는 하지만 해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악덕 임금체불 사업주를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체불 임금 실태가 개선될 것이라 믿는 근로자들은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29만3000명이 모두 1조3195억원의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 1명당 평균 451만원을 사업주로부터 받지 못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4047억원(30.7%), 건설업 3031억원(23.0%),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1603억원(12.1%), 서비스업 1422억원(10.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 임금 체불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5~30인 미만 사업장이 5897억원(44.7%)으로 가장 많았고 ▲5인 미만 3129억원(23.7%) ▲30~100인 미만 2278억원(17.3%) ▲100인 이상 1891억원(14.3%)으로 뒤를 이었다.

임금 체불이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었일까.

일부 악덕사업주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벌금에 그치는 등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임금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 일부 악덕 사업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일부 악덕 사업주를 제외하고 구속되는 경우가 드물고, 체불액보다 벌금이 적은 경우도 적지 않다”며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해 보다 강력한 형사 처벌과 함께 정부는 땀 흘려 일한 근로자를 임금이 보장되도록 임금채권보장기금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오는 17일까지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기간’으로 정하고, 근로감독 역량을 총동원해 체불 청산 집중지도에 나서고 있다. 또 근로복지공단 등과 함께 체불 신고 접수와 청산 지도, 무료 법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체불청산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악의적인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30명 가까이 구속되기도 했다”며 “임금체불 위험이 높은 2000여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직접 방문해 조사를 하고, 생계비 지원 등 각종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들이 체불 걱정 없이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며 “악덕 사업주 중에 재산을 숨겨놓거나 할 경우 검찰이나 다른 수사기관과 공조해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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