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정유산업 끝없는 추락…여수국가산단 ‘휘청’
상태바
화학·정유산업 끝없는 추락…여수국가산단 ‘휘청’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10.26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 수출국 중국 자급률 상승세에 ‘직격탄’
작년 생산실적, 1년새 12조 감소…수출도 뚝
고부가가치 생산 전환 통한 경쟁력 제고 시급

[여수=광주타임즈]강명수 기자="중국에서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웬만한 것은 모두 시설을 갖추고 턱밑까지 추격해오니 예전만 한 실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수상공회의소 정병식 조사부장은 26일 "매분기 전남 여수지역의 중추 산업이자 국가 살림살이의 핵심인 여수국가산단의 경제동향을 살피고 있으나, 수년전부터 시작된 중국발 위기와 내수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가하락과 중국의 화학산업 급성장으로 2011년을 정점으로 최악의 침체기를 맞고 있는 여수국가산단 내 화학·정유공장들은 올해도 국제 경기침체와 중국의 자급률 성장세에 불투명한 미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40여년 전인 1967년 호남정유에서 시작해 올해 상반기(1~6월)까지 268개사(석유화학 128개사)가가 입주한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단인 여수국가산단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규모에 비해 많지 않은 2만6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2011년 시작된 세계 경기 침체 및 중국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2013년 98조225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하면서 국가경제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1년만인 2014년 12조원(11.6%)이 하락한 86조6200억원의 생산실적을 거두면서 충격을 주었다. 특히 올해는 이보다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수출도 그만큼 감소했다. 2013년 391억7100만 달러였으나 지난해는 368억7400만 달러로 5.9%가 감소했다.

실적 감소는 공장가동률 저하로 연결됐다. 원료수급 및 유가변동에 따라 70~90% 정도 가동률이 변동적으로 이어졌지만, 아예 산하 단위공장의 가동을 한 두 곳 멈추는 공장도 적잖다.

생산제품의 판로가 없기 때문에 화학공장을 돌려봐야 재고만 쌓이고, 적자를 면치 못해 속병만 깊어가는 실정이다.

일부 공장은 상당한 실적악화에 전면 가동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의 설비투자를 쉽게 변경할 수 없어 근로자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A사의 경우 2011년부터 수출실적 저하 등 지속적인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4개 공장 가운데 1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나머지 3개 공장도 수시로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으며, 220여명에 이르던 직원도 150여명으로 감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과 생산품이 비슷해 수출이 되지 않고 저가 공세를 버티기 어려웠다"면서 "타지 계열사에 직원들을 받아 달라고 부탁할 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A사 뿐만 아니라 속내를 밝히지 않을 뿐, 원자재 가격 여부 및 수출 계약 물량 등을 따지며 수시로 공장을 가동했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는 곳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실적 및 공장가동율 저하는 호황때 직원들에게 제공됐던 회식비, 체력단련비, 성과금 등 각종 혜택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졌다.

지역경제의 80%를 산단에 의지했던 여수시의 식당가와 주점들도 긴 불황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호전되기만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나 앞날 예측이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산단 관계자들은 유가하락도 원인이지만 '중국의 급성장' 및 '신규 화학공장 증설'이 여수산단 위축을 가져온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여수산단의 생산품을 주로 수입했던 최대 시장 중국이 자체 생산력을 높이면서,수출은 커녕 오히려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는 현재의 처지를 가볍게 보거나 결코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공장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 같은 중국의 자급률상승에 PVC 등 플라스틱제품 및 범용 제품 생산공장 일부는 설비증축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상황 극복을 꾀하고 있다.

PVC를 주력으로 생산했던 LG화학 여수공장은 아예 중국과 겹치지 않은 제품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기저귀 원료로 쓰이는 '고흡수성 수지' 등 진입장벽이 높은 생산품목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사업 다변화와 중국의 추격을 동시에 따돌리려 하고 있다.

LG화학 여수공장 조영진 부장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에서 만들 수 없는 고부가가치 생산품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유가하락 등 어려움이 많더라도 산단 공장들이 아무나 개발하기 어려운 산업들로 눈을 돌리면 경쟁력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스프 박경호 부장은 "여수산단 기업들은 석유화학 산업이 승부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제는 미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사업 개발에 나서고는 있으나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 여수광양지사 관계자는 "화학공장이 국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제품 제조를 위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 밖에 없다"면서 "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500억원의 적자폭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4조1400억원, 영업이익 9700억, 단기순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 급폭락에 따른 충격적 여파를 극복하고 회복세로 전환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