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두곤 '성공'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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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두곤 '성공' 못해요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1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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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고운석=식민의 아픔을 이기고, 분단의 질곡에서 국력을 키운 세대의 업적이 있기에 국경일이면 태극기의 물결이 더욱 빛난다. 고로 이들의 업적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결실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자고 했다. 지금껏 이룬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잘 살아보겠다는 국민의 의지’라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의뢰한 조사였는데 응답자의 58.8%가 그렇게 답했다.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간은 새마을 운동(38.6%)이었다. 그렇다고 제2의 새마을 운동이 새 도약의 발판일 수는없다. 이젠 개개인의 성공이 우선인 시대다. 남들보다 잘 살겠다는 의지,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기업,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성공의 주체여야 한다. ‘잘 살아보겠다는 개인의 의지’를 키워 성장동력을 만드는 게 정부, 사회의 몫이다.

그런데 새 도약을 이끌 세대의 의지를 꺽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장과, 국회의원도 제 자식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그 정도는 ‘특혜’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런 일 한두번 겪나. 국회의원을 아버지로 두지 못한 걸 탓해라” “취업은 실력이 아니라 결국 아빠의 신분”이라는 냉소가 쏟아진다.

한데 얼마전에는 교육수장의 전직 보좌관 ‘취업갑질’ 논란도 있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전 보좌관인 박모씨가 동덕여대 교양학부 다문화정책 담당 전임교수로 임용됐다고 한다. 박씨는 임용을 두고 특혜 논란이 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외압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 교육부는 “황 장관은 해당 보좌관이 동덕여대에 임용된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박씨가 황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황 장관이 개입한 정황은 아직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박씨가 황 장관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했거나 최소한 대학당국이 박씨에게 교육 권력의 짙은 그림자를 느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교수 자리가 박씨에게 뚝 떨어졌을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의 ‘슈퍼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권 청탁과 금품수수에는 이골이 난 상태다. 최근에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묻혔던 취업청탁까지 줄줄이 떠오른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변호사인 아들의 취업을 위해 정부법무 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에 휘말렸고, 윤후덕 새정치 민주연합의원은 딸의 LG디스플레이 입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자녀 취업의 청탁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황 장관의 전직 보좌관까지 등장한 셈이다.

청년 백수 100만명 시대다. 20대의 90%가 백수라는 ‘이구백’이란 신조어가 나온 지도 오래다. 정치권의 몰지각한 ‘슈퍼 갑질’이 이들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 정부는 박씨의 청탁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현대판 음서제나 다름없는 취업 갑질을 뿌리 뽑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44개국 4만86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유독 미래를 비관한 집단이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18~33세)였다. 골대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심판과 선수의 반칙이 잦은 경기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로 끝까지 뛸 선수는 없다. 금배지의 취업청탁은 세습사회의 단면인 것 같아 우울하다. 새마을 운동 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집단의 시대에서 개인의 시대로 바뀌었는데 기득권의 특권구조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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