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 훗날 역사가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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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훗날 역사가 말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1.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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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고운석=역사란 지나간 정치요, 정치는 현재의 역사다. 그리고 역사는 참으로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음과 재난의 기록이다. 이렇다보니 소설보다 기구하고 애절한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전란을 자주 겪어온 탓인지 우리 민족은 이산애수가 물씬한 소설적 인생들이 줄줄이다. 해선지 박근혜 대통령은 “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데, 좌파인지 진보인지 알수없는 모 교수는 이렇게 꼬집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해불가 어록 중 최고 난도를 자랑했던 이 말은 사실 국민을 상대로 이데올로기 전쟁을 벌이겠다는 통치자의 가장 무서운 속내를 드러낸 언술이었다. 마치 고대 부족사회를 통치하는 어느 족장의 주술같은 ‘혼이 비정상’이란 말은 권력의 영구지배는 역사의 지배에서 시작된다는 분명한 통치술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것은 결코 헛소리나 말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역사를 지배하기 위한 통치자의 집요한 신념과 자의식의 발로이다. ‘혼이 비정상’이란 비교술은 곧바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일본군 위안부의 한·일간 정부합의’라는 역사전투의 최전선으로 이행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비정상적 언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기획하려는 정치적 이행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일본군 위안부의 합의’는 영구집권을 위한 역사전쟁의 서막인 셈이고, 그 정치적 의도는 ‘혼이 비정상’이란 말에 압축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신을 집중해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옛 말씀이 있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발언의 한 대목을 놓고는 “판소리로 치자면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눈 대목’에 해당된다고나 할까, ‘정신집중’은 ‘혼이 비정상’과 묘하게 짝을 이룬다. 겉으로 보기에 어이없는 말처럼 보이지만, 박 대통령 통치술의 핵심을 보여주는 말들의 연속이다. ‘정신집중이면 화살 관통’이란 말은 자신이 그토록 집요하게 관철시키려했던 노동개혁과 경제선진화 법안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려는 결의의 수사학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은 “청년일자리, 기업경쟁력약화, 인구절벽 등 당장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내부과제들도 산적해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역시 잠시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정신집중은 경제, 정치, 사회, 외교 등 국가적 위기 사태를 극복하려는 국민들의 총체적 마음가짐이어야함을 요청하는 언술이다. ‘혼’과 ‘정신’은 통치자 개인의 심리 내면에 잠재된 정치적 무의식을 드러내는 기표로서, 과거 파시즘의 시대, 유신의 시대에 통용되었던 ‘국민 정신 개조’라는 이데올로기 통치의 귀환을 알린다.

지난 몇년간 우리사회 마음의 우울증, 혹은 신경증을 대변했던 혐오, 분노, 증오, 모멸감이라는 언어들은 이론적으로 ‘정동의 지표’로 보기 어렵다. 우익들의 인간혐오, 헬조선이란 청년들의 분노,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차별과 모멸감은 ‘마음의 리듬과 배치’, ‘몸들의 관계’로서 정동으로 해석되기에는 너무나 적대적이다.

파국의 미래를 예견하는 위협의 의미로 사용되건, 정동적 사유, 정동적 전환은 역사전쟁, 이데올로기 전쟁을 선언한 통치권력의 지배술을 대면하기에는 너무 여유로워 보인다. 그래서 정동이론은 그러한 위협과 파국의 체제와 감정의 대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동은 그 진정한 호소력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 적대의 장에서 동요한다. 정동은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기보다는 그것에 포섭될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정치 경제적 전환의 시기에 이데올로기가 귀환하고 있다. 통치자부터 그 맹목적 광기의 우익집단까지 모두 이데올로기를 무장하고 있다.

조계사로 피신 중인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쫓아내라며 조계사 경내로 진입하는 어버이연합, 김제동을 종북사회주의자로 낙인찍고 있다”며 좌파가 하는 일 말고는 모두가 다 잘못인양 지적했는데, 역사 기록 중 비판받았던 일이 구국의 길이었던 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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