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운석]불황과 '정치적 극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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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운석]불황과 '정치적 극단주의'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5.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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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광주타임즈]정치 행동은 하나의 사회를 도와주고 될 수 있는 한 행복한 미래를 낳게 할 산파이어야 한다. 한데 그렇치 않고 삶이 힘든 극심한 불황은 정치적 극단주의의 독재로 이어졌다.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흔히 ‘나치(Nazi)라는 별칭으로 불린 사상 최악의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NSDAP)의 집권전야도 그랬다. 1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출범한 바이마르공화국은 베르사이유조약에 따라 1,320억 금화마르크(후에 경감됨)의 전쟁 배상 부담을 안고 출범해 경제적으로 매우 피폐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빵 한덩이가 수백만 마르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1925년 전승국과 화해가 이루어진 로카르노조약을 계기로 미국 등의 자금을 유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업대국으로 재기한다.

1919년에 출범한 나치는 독일에 가혹한 전쟁책임과 배상을 부과한 베르사이유 체제에 강력 반발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모았다. 알자스지방을 숙적인 프랑스에 넘겨주는 등 영토 상실에 따른 국민적 굴욕감에 편승한 극우민족주의 성향도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한몫 했다.

그러나 바이마르공화국이 경제 재건에 부분적으로 성공하면서 1926년 총선까지는 불과 12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당시 독일 국민 가운데 히틀러의 집권을 예상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상황이 급변한 계기는 1929년 미국발 경제대공항이었다. 치명타를 맞은 독일은 대공항 이후 1932년까지 6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고 16~30세 남자 중 절반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바이마르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복지비용 삭감과 증세를 시도하다 내각이 해체되는 등 극심한 정정불안에 휩싸인다. 히틀러와 나치는 이 시기, 그러니까 바이마르공화국 2차 경제위기를 맞아 대중들이 극심한 난국에서 전제적 집권에 성공했다.

요즘 유럽에서도 불황과 실업의 늪 속에서 정치적 극단주의가 잇달아 발효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은 한때 기괴한 소수정파로 취급됐으나 요즘은 지지율 1위(28%)를 기록하며 집권을 눈앞에 둔 양상이다.

반(反) 이슬람 기치를 내건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도 최근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그런가 하면 그리스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금융 조건인 긴축정책을 거부해 온 급진좌파연합시리자가 마침내 집권에 성공했다.

한국의 20대 총선은 우리 정치가 국민을 위해 가야할 길을 보여줬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실정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오만함에 철퇴를 내렸다. 북풍도 안 먹혔다. 영·호남 지역 주의가 깨졌다. 야당에겐 어느 쪽에도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많은 유권자들은 ‘당선 가능한 야당과 교차투표’라는 신의 한수를 두었다. 이번 총선은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꺼져가던 경제민주화 불씨를 살려놨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로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제2의 정치민주화는 물론 선진국 진입도 가능하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규정돼야 한다.

율곡 이이는 “개혁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했다.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재벌은 국내에서 ‘갑질’하는데 소비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글로벌 경쟁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로 전환·집중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20대 총선에서 정치에 희망을 보여준 것처럼 경제도 민간이 앞장서 정부정책을 견인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현대상선,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등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진해운은 오너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보여주고 있다. 제2의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구조조정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사회안전망’을 전제로 과감하게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고위관계자도 “썩은 살을 도려내는 산업개혁에 정부 노력이 집중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엔 구조조정을 넘어 산업개혁까지 실행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보인다. 여야 노사를 막론하고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던 주역들에게 지혜를 구해야 한다. 불황엔 정치적 극단주의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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