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운석]동학혁명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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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운석]동학혁명 잊지말자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5.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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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광주타임즈]내 조국의 역사는 버려져 있다.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데 올해가 동학혁명 제122년을 맞는 해이다. 그러나 그 상징과 같은 전봉준의 이름이 낯설정도다. 녹두장군은 점차 잊혀져 그 이름은 마치 무속신앙의 기호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조선 말의 나라 사정은 참혹했다. 당시의 많은 지방관리들처럼 탐관오리 조병갑에게도 백성은 수탈의 대상일 뿐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갖가지 세금과 부역에 치여 백성들은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다.

참고 또 참던 고부 농민들과 함께 전봉준은 1894년 갑오년 1월 10일 기포(起包·동학조직인 포를 중심으로 봉기)해 고부관아를 습격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은 시작됐다. 그들은 관아에 쌓인 수탈 재물을 백성들에게 되돌려주고 스스로 흩어졌다.

하지만 조정에서 보낸 조사관이 기병에 참여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가족들을 살육하자, 일본군이 왕궁을 공격하고 임금을 놀라게 하자 동학혁명군은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구제하기를 맹세한다”는 애국애민의 기치를 내세우며 전국적으로 봉기했다.

10만 명이 넘는 동학농민혁명군은 정부군과 연합한 일본군을 상대로 치열한 항전과 결전을 거듭했으나 끝내 제압 당했다. 전봉준은 옛 동료의 밀고로 체포됐다.

다음해 열린 제1차 재판정에서 법관은 전봉준에게 농민들과 달리 선비로서 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왜 고부관아를 습격했는지 물었다. “일신의 해로 말미암아 기포함이 어찌 남자의 일이 되리요. 중민(衆民)이 억울해하고 한탄하는 고로 백성을 위해 해를 제거코자 한 것이다” 같은 물음에 대해 이를 후에 열린 2차 공판에서는 “세상일이 날로 옳지 못한 방향으로 되어가므로 개탄해 한번 세상을 구제하자는 의견”이라고 답했다. 말로써 아름답고, 내용은 정의롭다.

일본 공사가 전봉준 장군의 재질을 아껴 그에게 일본 정부의 양해를 얻어 살 길을 찾아봄이 어떠냐고 회유하자 장군은 “구구한 생명을 위해 활로를 구함은 내 본의 아니다”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자신을 넘어 세상을 품은 자의 기개가 강건하다.

1895년 음력 3월29일 전봉준 장군은 동지인 손화중, 최경선, 성두한, 김득명과 더불어 교수형으로 죽었다. 당시 41세였다.

동학농민혁명은 한국 근 현대사의 방향을 결정지은 사건 중 하나다. 처벌받고 청산돼야 할 친일·매국의 불의는 잘 포장돼 전해지지만, 여전히 동학농민혁명 정신과 가치는 버려지고 푸대접을 받고 있다.

한데 이곳 광주에서 동학농민군 지도자 고광문·광인·광룡 삼형제가 조명을 받고 있다. 역사의 주인공은 임진왜란으로 전 국토가 유린되었을 때 대표적인 의병장으로 나라와 민족을 구출한 제봉 고경명 선생의 13세손이다.

삼형제는 인근의 동학농민군을 이끌고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다 혁명이 실패하자 고향을 등지고 은신하여 한과 굶주림으로 연명하였다.

그런데 그의 증손 삼면(三勉)고 영두 선생이 광문·광인·광룡 삼형제 분의 뜻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동학혁명 유족회와 광주·전남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의 고문으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여 2004년 2월에 동학란이 동학혁명으로 명예 회복되어 혁명에 참여했던 분들이 나라를 이끈 선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게 하였다.

선생이 2006년 2월23일 홀연히 별세하자 아내인 정영숙 여사의 깊은 뜻과 아들인 고병삼 박사의 효성으로 공원부지가 마련되었다. 하여 구천을 맴돌던 주인공들은 나라를 이끈 선각자들로 추앙받게 되었다.

남구청(청장 최영호)은 5억의 예산으로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바쳐 조국의 역사를 발전시키려던 동락농민군 지도자 삼형제와 같이 참여했던 주민들의 공을 새겨 역사의 본보기로 삼고자 이곳 광주광역시 남구 이장동에 기념공원을 조성하여 길이길이 기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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